신발기계업체들의 현황
국내에서 규모가 있는 신발제조업체들은 대체적으로 부산, 경남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창신INC, 티케이지 태광 등과 같은 기업들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발산업과 관련된 기계, 부품업체들도 이 지역에 다소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발기계를 제작하는 업체들과 현재 직면한 상황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상황들은 비단 신발기계 뿐만 아니라 신발산업과 관련된 전반적 업체들이 마주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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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기계업체의 지속가능경영 |
중소기업과 자영업 사이
인근에 있는 대표적인 기계업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업체들이 나열됩니다. 이 리스트는 '한국신발산업 기업정보망' 사이트에 있는 자료를 일부 참조했습니다.
- 극동기계
- GTM코리아
- USMC
- 대성정공
여기에 누락된 업체도 다수 있으며, 리스트 중에는 폐업한 업체도 있으므로 참조정도의 수준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내 신발기계업체 현황 : 부산,경남 기준/ 출처 : 한국신발산업 기업정보망
여기서 언급된 기업에서 극동기계 정도는 중기업이고, 나머지는 소기업군에 속한다고 개인적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해당기업의 매출과 종업원수, 건물 등의 요소를 고려했을 때 그러해 보입니다. 어쩌면 극동기계를 제외한 다른업체들은 소기업과 자영업의 경계선에 있다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영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경영적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장 우선적 부분으로 판단해 보았습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가 된다는 것은 경영자, 시스템, 매출 등과 같은 기업의 핵심요소가 골고루 연계되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동기계의 경우는 경영자 승계가 이미 이루어졌고, 회사의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출 등에 대한 부분도 정상적 기업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면 과연 그러할까라는 의문점이 들기 시작합니다.
GTM코리아, USMC, 대성정공 등과 같은 기업들의 오너들은 신발산업이 베트남에서 활성화 되던 시기에 이미 이 분야에서 관여하고, 경험들을 쌓아왔습니다. 즉, 신발산업과 기계등에 대해서 충분한 경험과 지식 등이 구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신발업체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업명 | 진출 시기 | 주요 지역 | 특징 |
---|---|---|---|
TKG 태광 | 1994년 | 동나이성 | 최초 진출, 대규모 고용 |
창신INC | 1995년 | 동나이성 | 나이키 GOLD 등급, 린 생산 |
화승엔터프라이즈 | 2002년 | 동나이성 | 아디다스 ODM, 스마트팩토리 |
국제상사 | 1994년 | 폭옌 | OEM 이전, 초기 진출 |
세원 | 1990년대 중후반 추정 | 미확인 | OEM 중심 진출 |
창신INC가 진출한 1995년을 기점으로 보더라도, 현시점에서는 30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즉, 위 업체들의 오너들 역시 그 시점부터 나이가 30살을 더 먹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나이가 30대 즈음에 신발산업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은 60대가 된 셈입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당기업들이 새로운 경영자를 유입하거나 경영승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가올 10년 뒤에는 그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가 있을까요?
좀 더 깊이 한국 내 신발기계업체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염려가 아니라 국내의 신발산업 생태계가 균열이 가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잊혀져 버린 신발기계업체들
이와 같은 사례가 되는 신발기계들이 있습니다. 국내 신발산업이 한창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에 성장했으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무너져 버린 업체들입니다.
- 봉신정밀
- 고려자동화
- 풍갑기계
봉신정밀은 배합설비공정 쪽에서 믹싱롤을 제작했었고, 그 분야에서는 이름이 있었던 업체입니다. 그러나, 지속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후 미래알피엠 등과 같은 회사로 대체되었습니다.
고려자동화 역시 PU 공정등과 관련하여 FA 설비를 제작했었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없으며 KAS 등과 같은 업체가 그 이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풍갑기계는 컨베어, 챔버등에 특화되었으나 역시 사라지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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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고령화와 기술혁신의 부재 |
신발기계업체의 현실과 도전과제
그러면 국내의 신발기계업체들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는 신발산업뿐만 아니라다른 산업군도 동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일 것입니다.
- 엔지니어들의 고령화와 기술의 단절
- 국내 인건비 상승과 가격경쟁력 약화
- 기술혁신의 부재와 자동화에 대응 부족
엔지니어 고령화와 기술의 단절
주변의 신발기계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신발산업 성장의 시기에 진입했던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동일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신발기계제작의 경험들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왕성한 활동들을 이어왔던 엔지니어들도 어느 듯 나이가 들었고, 순차적으로 정년을 맞이해 현장에서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젊은 피의 엔지니어들로 채워지고 기술과 노하우가 전수가 되면 좋겠지만, 이러한 전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 보입니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영입이 된다 하더라도, 다양한 조건들(급여, 복지, 근무시간 등과 같은 복지)과 개인적인 성장의 영역에서 합의점이 이루저지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조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납니다. 이러한 트렌드와 변화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또한 어떤 해결책을 가져가야할 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할 것입니다만, 쉬운 것은 아니라 봅니다.
국내 인건비 상승과 가격경쟁력 약화
대만이 가진 가장 두드러진 경쟁력은
- 중국을 인접하고 있어 값싼 자재를 조달할 수 있고,
- 중국과 동일한 언어와 문화권 이라는데 있습니다.
고가 혹은 핵심기술이 들어간 부분은 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안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며, 중국에서 값싼 자재를 수입해 올 수 있어 한국 대비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동일한 설비라 하더라도 중국에 분공장을 설립하여 현지에서 생산하는 형태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사실상 made in china 인 셈입니다.
기술혁신의 부재와 자동화에 대응 부족
중국은 지금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엔지니어 양성과 투자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한국은 의대에 몰빵하고, 중국은 공대에 몰빵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AI 에 대한 투자에도 공격적입니다. 웬만한 중국 기계에는 이제 AI는 기본 옵션인 것 처럼 보입니다.
최근 시장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어느 중국의 기계업체에서는 신발기계 자동화를 구현하고 자동화라인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양성된 AI 테크가 신발기계에도 서서히 접목되고 있다는 사실은 심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신발기계업체들은 어떨까요? 기계의 성능이 월등이 나아지거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거나, 공격적인 투자가 병행되었을까요? AI 가 적용된 기계들이 개발되거나 출시 되었을까요?
놓쳐버린 타이밍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오늘 날의 기술적인 흐름을 본다면, 신발기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계엔지니어, 전기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까지를 포함하고, 이에 대한 개발환경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영세한 신발기계업체들에게 이런 3박자는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특정산업에서의 현상과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체의 문제이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신발기계산업에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신발과 관련된 기본적인 경험과 기계제작을 해 본 젊은 기계 엔지니어를 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엔지니어의 저변자체가 많이 약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PLC를 다룰 줄 아는 전기 엔지니어나 C/C#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하물며 AI 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신발기계업체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 정부차원의 육성전략
- 신발제조업체들의 동반성장 전략
-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전략
정부차원의 육성전략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 등과 같은 정부기관에서는 나름 신발산업의 육성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신발산업의 저변에 관계되는 신발기계와 관련한 지원과 프로그램은 다소 아쉬운 상태라 하겠습니다.
신발기계와 자동화, AI 등과 연계된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동력과 엔지니어가 공급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 필요할 것입니다. 중국을 본다면, 얼마나 공격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지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기술전수와 전문인력양성
신발제조와 신발분야 기계제작과 관련한 경험인력, 엔지니어들의 은퇴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축적되어온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기술이 전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저변에 전문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단, 신발기계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한국내의 제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군에서도 동일하게 직면한 상황이라 봅니다.
자동화 기술의 고도화
AI와 관련하여 이미 중국에서는 상당히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한 정부적 지원과 산업전반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신발 산업군에서도 동일하게 AI를 접목한 신발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투자대비 회수(ROI)를 고려한다면 신발기계 자동화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신발기계 산업의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로봇들이 적용되고 IoT 기반의 설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반영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개발이 중요합니다.
신발제조업체들의 동반성장 전략
국내에는 나름 굵직한 신발제조업체 들이 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티케이지태광, 창신INC 등이 그러합니다. 이들 업체는 베트남 등지에 규모가 큰 신발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신발기계업체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이들 업체가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의사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역시 정부차원에서 협력과 상생을 이끌어 내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반적으로 현상황을 들여다본다면 국내 신발기계업체들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미래전략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전략
위에서 언급하였다시피 한국내 생산으로는 인건비 적인 측면에서 많은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은 R&D 중심의 전략으로 나아가고,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기계제작과 생산이 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적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남아 국가에서 도전적인 과제는 한국기업과 같이 기술력 있는 정밀한 가공기술과 역량을 가진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기술전수와 교육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풀어야할 숙제라 봅니다.
결론 :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
한국의 신발기계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의 형태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생각이 듭니다. 이는 신발제조업체, 신발기계업체,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산업 생태계의 한부분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한 부분이 지금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신발기계업체들이 직면한 문제는 단편적인 시장의 흐름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구조적 위기인 것입니다. 따라서, 산업생태계를 이루는 각 축에 해당되는 기업과 정부기관은 보다 넓은 시야로, 기술, 인력,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10년 후에도 한국의 신발기계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기계를 공급하고,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전략을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